행림(杏林)에서의 산책

무병장수의 비밀

향련 2011. 5. 24. 18:01

무병장수의 비밀

 
천인합일(天人合一)

한의학은 도가(道家) 학술 체계의 하나로 ‘천인합일(天人合一)’을 강조한다. 도가에서는 사람의 몸을 하나의 소우주(小宇宙)로 본다. 인체의 모든 기혈(氣血)순환과 흐름에는 모두 대우주(大宇宙)와 상호 연결된 통로가 있다. 그래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과 식물 등 우주의 특성을 빌려 사람의 기(氣)조절하고 침구로 사람의 기와 우주의 기를 연계하면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시진(李時珍)은 ‘본초강목’에서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그 원인을 살피고 병기(病機)를 알아야 한다. 아직 오장이 허(虛)하지 않고 육부에 문제가 없으며 혈맥이 어지럽지 않고 정신이 산만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먹으면 반드시 살아난다. 만약 병이 이미 이루어졌다면 절반쯤 나을 수 있고 병세가 이미 지나가 버렸다면 생명을 보전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같은 책에서는 또 ‘황제내경 소문(素問)’ 탕액요례(湯液醪醴)를 인용해 사람이 하늘의 운행 도리를 따라야만 건강할 수 있다고 했다.

 

‘탕액요례’란 탕약과 약술을 가리킨다. 상고(上古)시기에는 성인이 만일의 사태를 위해 탕액을 준비만 했을 뿐 실제로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중고(中古)시대에는 사람의 도덕이 조금씩 쇠락해 사기(邪氣)가 이르렀고 이때 탕액을 복용하면 만전을 기할 수 있었다. 고대에는 병기(病氣)를 ‘사기’라 불렀는데 이는 ‘풍(風)․화(火)․서(暑)․습(濕)․조(燥)․한(寒)’등 바르지 못한 기후변화를 포함한다. 이것이 사람을 침범해 사기가 발생하고 사람은 쉽게 병에 걸린다.


중고시기에 병에 걸린 사람은 단지 탕액을 마시기만 해도 나을 수 있었다. 지금은 왜 탕액을 먹어도 소용이 없을까? 또, 독약으로 내부를 공격하고 침·뜸 등으로 밖을 치료해야 할까?


‘소문(素問)’ 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에 따르면 상고시대에는 사람의 수명이 비교적 길고 백 살이 넘어도 동작이 민첩했다. 그러나 중고시기와 지금의 사람은 오십만 넘어도 동작이 굼떠진다. ‘내경’의 관점은 상고시대 도를 아는 사람은 천지의 운행 원리와 음양의 조화를 알았으며 사람에게 정해진 운명이 있음을 알았다. 일을 함에 천지의 운행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음양을 따르고 술수에 조화를 이뤘다. 또 행위의 준칙 역시 천지자연의 음양의 기에 부합했으며 천명을 어기지 않았다.

 

천리에 따른 양생법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양생했을까?
첫째, ‘음식유절(食飮有節)’이라 음식을 먹을 때는 절제할 수 있었다.
둘째, ‘기거유상(起居有常)’이라 기상하고 잠자리에 드는 등 일상생활에 정해진 규칙이있었다.
셋째, ‘불망작로(不妄作勞)’라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일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바로 이런 방법을 사용해 양생했기 때문에 ‘정신과 형체를 온전히 갖추고 하늘이 준 수명을 누릴 수 있었으며’ 백세 이상 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십만 넘어도 동작이 굼떠지는 후대 사람은 어떠했을까?
첫째, 이주위장(以酒爲漿)이라 술을 음료처럼 마시고
둘째, 이망위상(以妄爲常)이라 평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셋째, 취이입방(醉以入房)이라 술에 취해 성적인 접촉을 한다.
다시 말해 욕망으로 자신의 정기(精氣)를 고갈시켜 진기(眞氣)를 흩어지게 했다. 쾌락에만 힘쓰다 참다운 인생의 즐거움을 거스르니 자연히 일상생활에 절도가 없고 오십만 되도 동작이 굼떠지게 된 것이다.

 

천지 운행의 이치에 순종한 사람들


‘내경’에서는 사람의 경지에 차이가 있음을 논한다. 상고시기에는 진인(眞人)이 있고 중고시기에는 지인(至人)이 있었으며 그 이후에는 성인(聖人), 현인(賢人)이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천지운행의 도리에 순종해 무병장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진인’은 양생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다. 진인의 양생법은 바로 천지음양에 동화되어 ‘천지를 들고 음양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자연의 정기를 호흡해 하나로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정신을 지키고 몸이 하나가 되어 수명이 천지와 마찬가지로 길어 사망하지 않았다.


한편, ‘지인(至人)’은 도덕이 몹시 고상한 사람으로 음양과 사시(四時)의 변화에 긴밀하게 조화를 이뤘다. 세속을 떠나려는 마음이 있어 속인과 함께하지 않고 세속과 혼동하지 않았다. 지인은 정을 쌓아 정신을 온전히 하고 천지 사이를 두루 다니며 여덟 가지에 통달해 수명을 늘리고 건강할 수 있었다.


‘성인’은 천지와 더불어 화평하게 지내고 팔풍(八風)의 이치를 쫓아 근본을 거스르는 일을 하지 않았으며 세속의 기호와 욕망을 담담하게 보고 화를 내지 않았다. 행동은 세속의 이치를 벗어나지 않지만, 완전히 세속과 같은 것도 아니어서 비바람이나 추위에 쉽게 손상되지 않았다. 또 과로하지 않으며 집착과 욕망이 적어 생각이 가지런하고 편안하며 즐겁다. 그래서 저절로 공을 얻고 형체가 피폐해지지 않으며 정신이 흩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백세까지 살 수 있다.


그다음 ‘현인’ 역시 대단하다. 그는 천지를 본받고 자연의 운행 법칙을 알아 ‘음양에 거역하거나 따름’을 이해하며 생장수장(生長收藏)하는 사시 양생의 도를 알았다. 그래서 상고시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도와 함께 할 수 있었으며 수명을 더해 줄곧 하늘에서 정한 수명까지 살 수 있었다.


고대 중국의 전설에 따르면 팽조(彭祖)는 800살까지 살았고 광성자(廣成子)는 천이백 살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아마도 수련 성취한 이런 종류의 도인일 것이다.


천지 운행의 이치에 순종할 줄 알며 음양, 한열(寒熱)을 적당히 맞춰 어그러지지 않으면 천지의 특성에 동화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앞에서 언급한 ‘진인, 지인, 성인, 현인’과 마찬가지로 무병장수에 이를 수 있다.


글/ 후나이원(胡乃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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