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합일(天人合一)
한의학은 도가(道家) 학술 체계의 하나로 ‘천인합일(天人合一)’을 강조한다. 도가에서는 사람의 몸을 하나의 소우주(小宇宙)로 본다. 인체의 모든 기혈(氣血)순환과 흐름에는 모두 대우주(大宇宙)와 상호 연결된 통로가 있다. 그래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과 식물 등 우주의 특성을 빌려 사람의 기(氣)조절하고 침구로 사람의 기와 우주의 기를 연계하면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병의 상태 달라져
선인들은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중 시해 소우주인 인체의 변화는 대우주의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고 여겼다. ‘황제내경’에서는 모든 병의 원인을 비정상적인 기후변화, 음식과 거처 등의 생활습관, 음양(陰陽, 성관계)과 희로(喜怒, 정서변화)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춘하추동 4계절에 따라 질병이 생기는 상황도 변한다. 봄에는 생기고(生) 여름에는 자라며(長) 가을에는 거두고(收) 겨울에는 갈무리(藏)한다. 사람의 기(氣) 역시 계절의 변화에 따라 반응하므로 몸을 잘 보양하자면 계절의 변화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또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람의 정서도 변한다고 보았다. ‘황제내경-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서는 “봄에는 생(生)을 기르고 여름에는 장(長)을 기르며 가을에는 수(收)를 기르고 겨울에는 장(藏)을 기른다”라고 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고 거스르면 오장육부의 기가 손상되며 다음 계절에 다른 병이 생긴다.
하루를 사계절과 연결하면 아침은 봄, 한낮은 여름, 오후는 가을, 한밤중은 겨울로 볼 수 있다. 아침에는 사람의 기가 위로 자라서 병기(病氣)가 물러나고 사기(邪氣)를 물리치기 때문에 대부분 질병이 호전되고 몸이 편해진다. 그러나 태양이 지는 저녁에는 사람의 기가 쇠퇴해 병기가 위로 자란다. 한밤중에는 사람의 기가 장부로 깊이 들어가 안으로 갈무리되면서 우리 몸에는 사기(邪氣)만이 남기 때문에 질병이 더 심해진다. 이처럼 질병은 사계절 및 하루 사시(四時)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계절의 이치에 순응하면 생기를 잃지 않아
질병의 상태를 관찰, 치료하고 예방하는 한의학적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음양을 조화롭게 하고(和於陰陽)’ ‘오행을 따르는(順化五行)’ 것이다.
‘사기조신대론’에서는 4계절의 변화에 따른 양생(養生)을 중시한다. 어느 계절이든 양생을 하는 핵심은 사람의 기와 천지의 기를 하나로 동화시켜 어떤 일을 하든 음양을 본받고 자연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만물은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황제내경’에서는 “춘생(春生), 하장(夏長), 추수(秋收), 동장(冬臧)”을 말한다.
즉, 봄에는 ‘생(生)을 길러야 하는데’ 만약 그 도(道)를 거스르면 간(肝)이 상한다. 여름에는 ‘장(長)을 길러야 하는데’ 만약 그 도를 거스르면 심(心)이 상한다. 가을에는 ‘수(收)를 길러야 하는데’ 거스르면 폐(肺)가 상한다. 겨울에는 ‘장(藏)을 길러야 하는데’ 거스르면 신(腎)이 상한다. 성인(聖人)은 이 이치를 잘 알고 순종하기 때문에 질병이 생기지 않으며 만물을 잃지 않고 생기(生氣)가 다함이 없다.
음양(陰陽)과 사시(四時)는 생사의 근본
사람들은 늘 이런 이치를 거스른다. 봄의 기를 거스르면 소양의 기가 ‘생기지’ 않고 간기(肝氣)에 변화가 생긴다. 여름의 기를 거스르면 태양의 기가 ‘자라지’ 않아 심기(心氣)에 문제가 생긴다. 가을의 기를 거스르면 태음의 기가 ‘거두지’ 않으며 폐기(肺氣)가 그득해진다. 겨울의 기를 거스르면 소음의 기가 ‘갈무리되지’ 않으며 신기(腎氣)가 가라앉는다. 이런 이치를 거스르면 병이 쉽게 생긴다.
그러므로 4계절의 양생방식에 따르고 수면과 기상 시간도 자연에 부합하면 더욱 좋다. 그래서 봄과 여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가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이는 인체의 리듬을 태양 운행의 변화에 따라 맞춘 것이다.
음양의 관점에서 보자면 봄과 여름은 양(陽)의 계절이라 양을 길러야 하며(養陽), 가을과 겨울은 음의 계절에 속하므로 음을 길러야 한다(養陰). 이런 이치에 순종하면 만물과 더불어 생장(生長)의 문에서 뜨고 가라앉지만 거스르면 ‘본(本)’을 다치고 ‘진(眞)’이 무너진다. 음양(陰陽)과 사시(四時)는 만물의 시작과 끝이며 생사의 근본이다. 이를 거스르면 늘 재앙이 생기지만 순종하면 난치병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상태를 ‘도를 얻었다(得道)’고 간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이미 병이 생긴 다음에 고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생기기 전에 고친다’고 함은 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미 병이 생긴 뒤에 약을 쓰고 어지러워진 후에 다스린다면 목이 마른 뒤에 우물을 파고 전쟁이 난 뒤에 무기를 만드는 것과 같다. 도를 얻은 훌륭한 의사가 사전에 병을 막고 도를 얻은 훌륭한 통치자가 혼란을 막아 나라를 잘 다스리는 것과 같다.
글/ 후나이원(胡乃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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