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列女)전

사도온(謝道蘊), 지혜로운 미인의 전형,뛰어난 품격과 문학적 재주를 겸

향련 2010. 6. 17. 12:08

 

사도온(謝道蘊), 지혜로운 미인의 전형

뛰어난 품격과 문학적 재주를 겸비하다
 
 

▲ 총명하고 재주많은 미인 사도온./그림=유쯔(柚子)

 

사도온(謝道蘊)은 위진남북조시기 동진(東晉)사람으로 재상 사안(謝安)의 조카딸이자 안서(安西) 대장군 사혁(謝奕)의 딸이다.

 

사도온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재주가 많았다. 그녀가 여덟 살 때 있었던 일이다.

 

숙부인 사안이 “‘모시(毛詩)’ 중 어떤 구절이 가장 아름다우냐?”라고 묻자 사도온은 “시경(詩經) 삼백편 중에 ‘대아숭고편(大雅 嵩高篇)’만한 것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또 “길보가 노래를 지어 부르나니 산들바람 불어오듯 훈훈합니다. 중산보를 길이 그리며 이로써 그 마음 달래봅니다(吉甫作頌,穆如清風。仲山甫永懷,以慰其心)”라는 ‘대아(大雅) 증민(蒸民)’의 마지막 구절을 유창하게 외웠다. 사안이 이 말을 듣고 그녀의 재능을 크게 칭찬했다.

 

육조시대 유의경이 지은 이야기 집 ‘세설신어(世說新語)’에도 사도온에 관한 일화가 실려 있다. 그녀가 14살 때 일이다. 어느 겨울날 온 가족이 모여 문중 잔치를 벌였다. 때마침 함박눈이 펑펑 내리자 집안의 어른인 사안이 시흥이 일어 젊은이들에게 질문했다.

 

“대설분분하소사(大雪紛紛何所似)―큰 눈이 어지럽게 날리는 것이 무엇과 흡사한가?”

 

사씨 집안의 많은 젊은이들 중 사도온의 사촌오빠 사명(謝明)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 “살염공중차가사(撒鹽空中差可似)―공중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때 사도온이 잠시 생각해본 후 다음과 같이 읊었다. “미약류서인풍기(未若柳絮因風起)-버들개지가 바람에 일어나는 것만 못합니다.”

 

두 구절을 비교해보면 사도온의 문학적인 재주가 아주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버들개지가 바람에 날리는 자연스런 현상을 함박눈이 내리는 것과 비유했으니 소금을 끌어다 비유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문학적이다. 사안도 그녀를 크게 칭찬했다.

 

이 일이 있은 후 후세에 문학적인 재능이 뛰어난 여인을 일러 ‘영서재(詠絮才)’라 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홍루몽’에 나오는 ‘가탄정기덕 감련영서재(可歎停機德,堪憐詠絮才)’에서 영서재란 바로 비범한 문학적 재능을 지닌 홍루몽의 여주인공 임대옥을 비유한 말이다.

 

한편 당시 동진 조정의 핵심인물이었던 사안은 이 재주 많은 조카딸을 끔찍이 아꼈다. 늘 그녀의 혼사를 걱정하며 반드시 사도온의 재주에 걸 맞는 뛰어난 사위를 맞고 싶어 했다.

 

그가 고르고 고른 인물이 유명한 서예가 왕희지의 아들 왕응지(王凝之)였다. 하지만 왕응지는 충직하고 성실한 인물이긴 했지만 학식을 논하자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고 사도온의 배필이 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사안은 왕응지의 집안이 좋고 인품이 단정하다는 이유로 그를 사도온의 배필로 택했다.

 

두 사람이 혼인한 후의 일이다. 한번은 사도온이 사안을 원망하며 남편이 아주 평범하고 아무 재주도 없다고 했다. 그러자 사안이 근엄하게 타일렀다. “왕응지는 왕희지의 아들이다. 가문이 좋고 인품도 나쁘지 않은데 대체 무슨 불만이 그리 많단 말이냐?”

 

사도온은 “우리 사씨 집안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걸출하고 비범한 인재들입니다. 왕응지처럼 평범한 인물에게 시집을 가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나중에 사안은 왕응지를 회계군의 지방행정장관인 회계 내사(會稽內史)로 추천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마침 ‘손은(孫恩)의 난’이 발생해 반란군이 회계를 침습했다. 왕응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적병들에게 피살당했다.

 

그러나 사도온은 도리어 위험 앞에서도 위축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직접 칼을 들고 문 앞을 나서 여러 명의 적병을 죽인 후 생포됐는데, 전하는 말에 따르면 사도온의 엄한 꾸지람에 반란병 중 누구도 감히 나서 그녀를 해치지 못했다고 한다. 반란군 두목이었던 손은도 사도온의 뛰어난 기개와 절의에 감동해 그녀와 가족들을 풀어주었다.

 

남편이 비명에 횡사한 후에도 사도온은 옛 가르침을 따라 부인의 도를 지켜 회계에서 살며 평생 개가하지 않았다. 뛰어난 품격과 문학적인 재주를 겸비한 사도온은 지혜로운 미녀의 전형이 됐다. 끝으로 그녀의 대표작인 ‘등산(登山)’을 감상해보자.

 

“峨峨東嶽高,秀極沖青天.
 岩中間虛宇,寂寞幽以玄.
 非工復非匠,雲構成自然.
 氣象爾何然?遂令我屢遷.
 逝將宅斯宇,可以盡天年.”

 

우뚝 솟은 동악이여
수려함 극에 달해 푸른 하늘을 찌르누나
바위 사이 신선의 동굴
적막하고 그윽해 현묘하기 그지없네
사람의 힘으로는 미칠 수 없나니
대자연의 구름이 너를 만들었구나
우주의 오묘하고 조화로운 신기여 너는 무엇이기에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추구하게 하느냐
장차 이곳에 은거해
생명을 다할 때까지 도를 닦고 싶구나

 



글/ 핑핑(平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