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달을 구름 뒤에 숨게 한’ 미인
▲ '달을 구름 뒤에 숨게 한 미인' 초선./ 그림=멍쯔(夢子)
초선(貂蟬)은 서시, 왕소군, 양옥환(양귀비)과 더불어 중국 고대의 4대 미인에 속하지만 유일하게 정사(正史)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다. 그녀에 관한 전설은 모두 나관중(羅貫中)이 지은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내원했다.
‘삼국연의’의 묘사에 따르면 초선은 사도(司徒) 왕윤(王允)의 수양딸로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이다. 15세가 되자 꽃같이 어여쁜 처녀가 되었다. 당시 한(漢)나라는 멸망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고 동탁(董卓)이 권력을 독점하고 정치를 전횡했다. 때문에 국정 운영을 책임진 사도 왕윤으로서는 밤낮으로 조정에 대한 근심이 떠나지 않았다.
지혜로운 초선은 양아버지의 뜻을 알고는 달빛 아래 향을 사르며 부친의 근심을 해결해 달라고 기도했다. 결국 초선은 나중에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면 여기서 잠시 동탁과 여포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동탁은 농서(隴西) 임조(臨洮) 사람으로 성정이 포악하고 교만했다. 젊어서부터 지방의 호걸들과 사귀는 것을 좋아했다. 나중에 병주(幷州) 정벌에서 큰 공을 세워 병주자사가 되었으며 조정의 혼란을 틈 타 점차 한 지역의 패주가 되었다.
동한(東漢) 말기 대장군 하진(何進)이 환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막강한 무력을 지닌 동탁을 도성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하진이 먼저 환관들에게 제거 당했다. 동탁은 더 이상 도성에 머물 명분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무력을 등에 업고 스스로 권력을 잡았다. 그는 멋대로 소제(少帝)를 폐하고 하태후를 제거한 후 나이 어린 헌제(獻帝)를 허수아비 황제로 세웠다. 그런 후 어린 황제를 끼고 멋대로 조정을 농락했다.
여포(呂布)는 원래 동한의 장수로 용맹하고 전투에 능한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권력과 이익에 눈이 멀어 동탁에게 빌붙어 한나라를 찬탈하는데 일조했다. 나중에는 동탁의 수양아들이 되었다.
왕윤은 이들 두 사람이 모두 눈앞의 이익을 중시하며 특히 여색을 밝히는 인물임을 알고는 이들을 이간하기 위해 미인계를 사용했다. 이에 초선을 몰래 여포에게 주기로 약속한 후 나중에 동탁에게 보내 둘 사이의 질투심과 다툼을 유발했다.
소설에서는 동탁이 없을 때 여포가 몰래 초선을 만나자 초선이 거짓으로 울면서 자신은 여포를 사랑하지만 동탁에게 억지로 짓밟혔노라고 하소연했다. 이는 당연히 동탁에 대한 여포의 불만을 격화시켰다. 이때 마침 공교롭게도 동탁이 돌아왔고 여포가 자신의 애첩과 밀회를 갖는 것을 보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여포의 창을 빼앗아 그를 죽이려 했다.
가까스로 현장을 탈출한 여포는 이후 동탁을 시기하게 되었다. 초선은 감언이설로 여포를 설득해 동탁을 제거하도록 했고 결국 동탁은 여포에 의해 살해당한다.
‘삼국연의’에 나오는 초선에 대한 묘사는 사실 여기에서 끝난다. 초선의 결말이 어떠했는지는 순전히 후인들의 상상에 달려 있다. 때문에 어떤 사람은 초선은 단지 문학상의 허구적인 인물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학자는 고증을 거쳐 초선이 확실히 존재했다고 한다. 그녀는 동한 병주군 구원현(九原縣)에서 태어난 임(任)씨 성을 가진 여인으로 15세 때 궁궐에 뽑혀 들어갔다고 한다. 그녀는 궁궐에서 조정 신하들이 쓰는 관모(官帽)와 장식들을 맡았다. 당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초선(貂蟬)’이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녀를 초선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한편, 초선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전설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초선이 정원에서 달을 향해 기도하며 양아버지의 근심을 풀어드리고자 할 때 갑자기 상쾌한 바람이 불어와 구름이 달을 가려버렸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아름다운 달이 그녀의 미모를 보고는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 몸을 숨겼다고 여겼다. 때문에 이후 ‘달을 구름 뒤에 숨게 했다’는 표현은 초선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사실 초선이 실존인물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으며 나관중의 생생한 묘사를 통해 그녀는 독특한 아름다음과 개성을 지닌 미인으로 창조되었다. 더욱이 외면적인 아름다움과 내면적인 수양을 겸비한 미녀로서 혼란한 시대에 나라를 위해 비범한 공헌을 한 것은 영원히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글/ 핑핑(平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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