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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계시로 태어난 문화와 예술의 도시

향련 2010. 12. 2. 13:24

신의 계시로 태어난 문화와 예술의 도시

 
[레저] 도시의 매력 - 스위스 동부의 고도 '상트 갈렌(St. Gallen)'

상트 갈렌 수도원의 풍경.

 

스위스 동부의 고도 상트 갈렌(St. Gallen). 계곡물이 시를 관통하고 산으로 둘러싸인 이 곳은 스위스 북부의 중심도시 취리히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다. 상트 갈렌의 중심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출발점은 한 수도사에게서 비롯됐다. 현지 역사책에 나오는 “상트 갈렌 건립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신의 계시다”라는 서술이 결코 지나치지 않은 도시가 여기다.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도시


서기 612년, 멀리 아일랜드에서 스위스로 복음을 전파하러 온 수도사 세인트 갈루스(St.Gallus)는 슈타이나흐(Steinach)계곡을 지나다 실수로 가시덤불속에 빠졌다. 보통사람이라면 단지 빠져나오면 그뿐이겠지만 신앙심이 두텁던 세인트 갈루스는 이를 범상히 여기지 않았다. 그는 이 일을 자신더러 잠시 이곳에 머물라는 신의 계시로 여겼다. 전설에 따르면 당시 곰 한 마리가 나타나 세인트 갈루스가 목조 교회를 짓는 것을 도왔는데, 이 곰이 후에 상트 갈렌시의 상징이 됐다.


이곳은 스위스 동부의 문화, 종교, 경제 중심지로 15세기부터 방직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곳의 상트 갈렌 성당과 수도원 부속 도서관(Abbey Library)은 1983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도시의 문화적인 특징과 의미가 신성한 예술이라는 점이다.


목조였던 상트 갈렌 성당은 747년 석조로 된 수도원으로 개축됐다. 이후 수세기 동안 이곳은 문화와 학술의 중심이었다. 830년부터 867년 사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수도원을 수리했는데 당시의 건물 설계도가 수도원 도서관에 보존되어 있다. 이 설계도는 지금의 학자들이나 건축가, 예술가, 공예가들에게 중세 문화의 아름다움을 통찰할 수 있게 한다.

 

상트 갈렌 성당의 정면.


화려하고도 장엄한 상트 갈렌 성당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 스위스에 새로운 건축 붐이 일어나 낡은 교회를 철거하거나 또는 화려하고 찬란한 대형 교회를 만들었다. 상트 갈렌 성당 역시 당시 유명 건축가들이 실시한 재건축 덕분에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바로크 양식인 주동은 높이가 68미터에 달하는데 외벽에 아름다운 장식과 조각이 새겨진 쌍둥이 종탑과 그 정상에 씌운 양파 모양 포인트가 특징적이다.


주동과 같은 색조의 건물들이 성당을 둘러싸고 있다. 가지런히 정돈된 잔디밭을 걷다 보면 성당 영역은 장엄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장내는 넓고 천장은 높다. 2열로 줄지어 놓인 원목의자가 눈에 띤다. 흰색 기둥은 천장을 떠받치며 솟아오르고, 지붕부는 그와 확실한 대조를 이루며 둥글게 하늘을 덮는다.


원호(圓弧)모양의 지붕은 천국세계를 상징한다. 여기에는 그 세계가 프레스코화로 구현됐다. 프레스코화는 제작 기법이 어렵다. 석회와 모래를 혼합한 후 벽에 바르는 식으로 금세 마르기 전에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 안료로 윤곽선을 잡아놓는다. 그 후 다시 수성(水性) 안료로 재빨리 그림을 그린다. 한 번에 완성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을 수밖에 없어 여러 차례 단계를 나눠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도 넓은 면적에 걸쳐 그린 그림들이 전체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서서 벽에 그리는 것도 어려운데 넓은 천장에 그리려면 누워서 붓질을 했다. 미켈란젤로가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그려낸 ‘천지창조’도 그렇게 완성된 것이다. 화가가 뛰어난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상트 갈렌 수도원 성당 경내.


신의 계시로 창조된 고성(古城)의 예술


수도원을 나와 두 굽이를 돌면 2층으로 된 도서관 건물에 다다른다. 건물 입구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덧신이 준비돼 있다. 건물 내부의 유적들을 보호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이리라. 안으로 들어서자 호박색 계열의 많은 예술작품들이 그다지 크지 않은 공간 속에 밀집돼 우아하고 은은한 색채를 뿜는다. 고개를 들어 원형천장을 보니 천장벽화의 세밀한 조각이 몇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원목으로 된 서가 일체형 벽기둥이 지면부터 지붕을 떠받친다. 하나는 앞으로 하나는 뒤로 배열돼 벽기둥이 연속되는 장면도 그 자체로 리듬감이 있다. 단조로운 장방형 공간에 악센트도 생긴다. 세밀하고 정교한 목조 상감을 새긴 마룻바닥은 세월의 흔적을 소리로 표현한다. ‘삐걱 삐걱’ 소리를 들으며 경내를 둘러보면 눈도 귀도 즐겁다.


풍부한 장서를 제외하면 이 도서관에서 가장 귀한 것은 중세시대 원고들이다. 8~10세기 치세한 카롤링거 왕조의 문서들도 포함됐고, 7~12세기경의 아일랜드 원고,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칠해진 르네상스 시대의 필기본도 있다. 서가속의 책들은 기본적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만 관람을 위해 일부 필사본은 밀폐된 유리전시장 속에 전시돼 있다.


구석에 자리한 나무의자에 앉아 두 눈을 감고 수백 년 전 문인아사(文人雅士)들이 이곳에 모여 교류하는 장면을 상상해봤다. 상트 갈렌은 조각가, 화가, 공예가의 창작을 망라하는데 이들의 작품을 조합해 상트 갈렌 시(市)라는 조화로운 예술작품전집을 만들어낸 셈이다. 만약 당시 세인트 갈루스 수도사의 신앙과 신의 계시에 따르려는 마음이 없었더라면 이 도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도서관 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학술적인 분위기로 충만한 이곳이 단지 내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는 점이다.

 

(왼쪽부터) 상트 갈렌 고성의 거리 풍경, 고성지역 건물의 특징인 조각이 새겨진 발코니, 전통 시장의 과일 가판대.


고성에서 만나는 다양한 풍경


수도원 주위에 위치한 상트 갈렌의 고성(古城)지역은 예술적 풍격을 지닌 건축물로 가득했다. 외부에 정교하고 아름다운 조각이 양각된 발코니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창문조각이 화려할수록 집주인의 재산이 많았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도 활발히 거래가 이루어지는 전통 시장도 있다. 가판에는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 및 햄 등이 손님을 기다린다. 휴일에는 벼룩시장, 수공예품 노점이 펼쳐지는데 옷은 물론 완구, 골동품, 그릇, 그리고 화분도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한번 둘러볼 것을 권한다. 낯선 곳에 오면 의외로 수확을 얻는 경우가 있는데, 문화적 풍토가 가득한 이 도시가 바로 그렇다.

 

 

<여행정보>

 

언어 독일어, 영어


기후 일교차가 큰 편. 여름 평균 기온 20~25℃. 겨울 평균기온 2~5℃

 

관련 웹사이트
상트 갈렌 관광국(독일어, 영어) www.st.gallen-bodensee.ch
스위스관광청(한국어) http://www.myswitzerland.co.kr/info/st_gallen.asp

 

국내 문의처
스위스 센터 강북(내일 여행사 소재. 지하철 2호선 시청역 9번 출구): 02-6262-5353(스위스 전문 상담인과 통화)
스위스 센터 강남(블루 여행사 소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4번 출구): 02-514-0585(스위스 전문 상담인과 통화)

 

 

글/사진 주간 신지웬(新紀元)=궁안니(龔安妮) 기자

 

원문링크 : http://www.epochweek.com/b5/200/8724.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