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삽화 권미영 |
|
우리말에 ‘양가댁 규수 같다’는 표현이 있다. 규수는 학문과 재주가 뛰어난 여성을 가리키는데, 중국에서는 규수와 함께 청의(靑衣: 푸른 옷)라는 표현도 있다. 옛 생활양식과 함께 경극과도 관련있는 말이다.
경극에는 생, 단, 정, 축의 네 가지 배역이 있다. 남자를 생, 여자를 단, 간악한 인물을 정, 익살스러운 인물을 축이라고 하는데, 보통 한 경극배우가 평생 한 역할만 연기한다.
단(旦)에는 세부적인 구분이 있는데, 학문과 재주가 뛰어난 여자를 正旦정단, 화려하지만 경박한 여자를 花旦화단, 나이많은 여자를 老旦노단, 사납고 위세있는 여자를 武旦무단이라고 한다.
주로 여주인공 역할인 정단은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지닌 여인이 많다. 그러다보니 하층민으로 추락해 많은 고생을 겪기도 하는데, 고대중국에서는 하층민들이 주로 입는 수수한 옷을 청의라고 불렀다. 즉, 청의를 입는 사람은 신분이 추락했지만, 청의라는 단어는 경극의 영향으로 아름다운 여인의 옷으로 신분상승한 셈이다.
고전 문학 작품에서 청의를 찾아볼 수 있는데, 고전 명작 ‘홍루몽’에는 “청의는 감히 들어갈 수 없으니, 명을 받은 사람만 들여보내라”는 구절이 있고, ‘삼국연의’에는 “청의를 입은 두 여인이 화려하게 치장한 초선을 데리고 나왔다”는 표현이 있는데, 모두 시녀를 뜻한다.
이밖에도 중국 문화 속에서는 여성을 은유하는 표현들이 많다. 화장품에서 유래된 홍분(紅粉: 붉은 연지와 하얀 분), 분대(粉黛: 분을 바른 얼굴과 먹으로 그린 눈썹)가 그것이다.
옷이나 장식품도 있다. 치마와 비녀를 뜻하는 군채(裙釵), 붉은 소매인 홍수(紅袖)도 모두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치마끈을 가리키는 군대(裙帶)는 외척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숙녀 역시 시경의 한 구절인 요조숙녀(窈窕淑女)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윤혜수기자 |